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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이 나에게 주는 것

by blog47261 2026. 4. 30.

수영을 시작하고 9개월이 지나도록 실력이 제자리걸음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도 그 시간을 겪어봤기 때문에 압니다. 문제는 재능이 아닙니다. 목표가 없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편한 쪽만 고르는 습관이 실력을 막아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영이 나에게 주는 것
수영이 나에게 주는 것

목표설정 없이는 수영장에 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 됩니다

목표설정
목표설정

수영을 처음 시작할 때, 저는 단순히 건강해지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으로 물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초급반 강습이 9개월째로 접어들 무렵, 슬슬 의문이 생겼습니다. 나는 지금 왜 이 시간에 물속에서 발차기를 하고 있는가.

그때 목표설정(Goal Setting)이라는 개념을 다시 붙잡았습니다. 여기서 목표설정이란 단순히 "잘 헤엄치고 싶다"는 바람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유와 도달점을 명확히 정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저는 통영 철인3종 경기에 나가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욕심을 부려 하와이 코나 아이언맨 월드 챔피언십 출전으로 목표를 상향했습니다.

목표가 터무니없이 크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목표가 클수록 매일 수영장 문을 여는 이유가 뚜렷해진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경험과 변화가 이미 충분한 수확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스포츠 심리학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한 운동 참여자는 그렇지 않은 참여자에 비해 훈련 지속률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핵심 포인트:

  • 목표는 "잘 하고 싶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장소, 대회, 날짜로 정해야 합니다
  • 목표가 크더라도 괜찮습니다. 과정에서 이미 많은 것을 얻습니다
  • 목표를 잃으면 수영장에 가는 발걸음 자체가 무거워집니다

집중력은 재능이 아니라 훈련으로 만들어지는 기술입니다

집중력
집중력

수영에서 집중력(Concentration)은 단순히 딴생각 안 하기가 아닙니다. 여기서 집중력이란 스트로크 한 번 한 번에 특정 기술 포인트를 의식적으로 적용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예컨대 턴 직후 호흡을 참는 글라이드 구간을 의식하거나, 입수 각도를 교정하면서 물의 저항을 몸으로 느끼는 행위 자체가 집중력 훈련입니다.

저도 초급반 시절에는 레인을 왕복하면서 머릿속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팔을 돌리고 발을 차는 동작이 반복될수록 몸이 버릇대로 움직이고, 코치님이 지적해 준 교정 포인트는 두세 바퀴 만에 잊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운동이라는 게 그냥 몸을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수영은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실력이 느는 종목이었습니다.

18세에 수영을 시작해 호주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세계 기록을 여러 차례 경신한 수영 선수의 사례는 이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가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코치의 기술 지시를 즉시 의식에 올려 다음 랩부터 바로 적용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 같은 의식적 연습법을 의도적 훈련(Deliberate Practice)이라 부릅니다. 의도적 훈련이란 단순 반복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술 목표를 두고 피드백을 즉시 수정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단순 반복 훈련보다 실력 향상 속도가 훨씬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컴포트존을 벗어나는 순간 몸이 처음으로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컴포트존
컴포트존

제가 중급반으로 올라가기 전 두세 달 동안 수심이 깊은 레인에서 강습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발이 닿지 않는다는 공포가 컸습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오히려 집중력을 끌어올렸고, 자세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도 강해졌습니다. 컴포트존(Comfort Zone)이란 신체적·심리적으로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 구간에 머무르면 몸이 새로운 자극에 적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운동 생리학에서는 이를 과부하 원칙(Overload Principle)으로 설명합니다. 과부하 원칙이란 현재 능력 이상의 자극을 꾸준히 가해야 근신경계와 심폐 기능이 적응하며 향상된다는 원리입니다. 달리 말해, 항상 편한 속도로만 수영하면 몸은 더 이상 발전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스프린터를 지도한 코치들이 스프린트 세트에서 최고 속도의 99% 이내를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라도 느슨해지는 순간 속근섬유(Fast-Twitch Muscle Fiber)가 아닌 지근섬유(Slow-Twitch Muscle Fiber)를 사용하는 패턴으로 고착되기 때문입니다. 속근섬유란 빠르고 강한 폭발적인 움직임에 동원되는 근육 유형으로, 단거리 스프린트 성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수영은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 부하가 지상 운동 대비 현저히 낮아 전 연령대에서 지속 가능한 전신 유산소 운동으로 권장됩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저는 이 점도 수영을 계속 이어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수영은 실력이 아니라 삶의 구조 자체를 바꿉니다

삶의 구조
삶의 구조

2025년 1월, 화목 강습을 처음 등록했을 때 저는 그냥 몸을 좀 움직이자는 정도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9개월이 지나면서 수영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생활리듬 자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화목 아침에 수영장에 가는 것이 루틴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날의 식사와 수면 패턴도 자연스럽게 정돈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 관리(Time Management)라는 측면에서도 수영은 의외의 효과를 줬습니다. 여기서 시간 관리란 단순히 스케줄을 짜는 것이 아니라, 특정 활동에 의식적으로 시간 블록을 배정하고 그 외 활동에 경계를 긋는 행동 패턴을 의미합니다. 수영 강습이 고정되어 있다 보니 그 시간 주변으로 나머지 일정이 자연스럽게 정렬되었고,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던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수영 하나가 생활 전반의 밀도를 높이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게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인간관계 형성의 측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같은 레인에서 함께 힘든 세트를 소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인사도 서먹했던 분들이 어느새 서로의 자세를 봐주고 격려해 주는 사이가 되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헬스장 같은 개인 운동과 확실히 다른 지점입니다.

수영을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예상 밖의 변화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 높아진 것이었습니다.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이 특정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도전적인 목표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는 심리적 자원입니다. 초급반에서 중급반으로 넘어가던 그 순간, 저는 처음으로 "내가 해냈다"는 감각을 뚜렷하게 느꼈습니다.

수영을 시작하고 어느 시점부터 정체기가 느껴진다면, 목표가 희미해졌거나 집중력 없이 레인을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9개월의 제자리걸음 끝에 목표를 다시 붙잡고, 수심 깊은 레인에 들어가는 선택을 했을 때 비로소 무언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 속에서 이미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 그게 수영이 저에게 가르쳐 준 가장 값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6f_SQ6OaP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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