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레인에서 평영을 치는 사람을 보면 참 우아해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물속에 들어가 따라 해보면 팔과 다리가 따로 노는 느낌, 다들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1년 반째 수영을 배우면서 평영 앞에서 유독 많이 막혔습니다. 잘하려는 마음에 힘을 잔뜩 주다 보니 오히려 더 안 되더군요.
평영이 유독 어려운 이유
일반적으로 평영은 가장 쉬운 영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천천히 해도 되고, 머리를 물 밖으로 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꽤 다릅니다. 오히려 네 가지 영법 중에서 타이밍의 복잡성만 따지면 평영이 가장 까다롭습니다.
자유형이나 배영은 팔과 다리가 교대로 움직이는 구조라 리듬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접영도 웨이브, 즉 온몸이 물결처럼 출렁이는 움직임을 먼저 익히면 그 흐름 위에 스트로크를 얹는 식으로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평영은 다릅니다. 팔 동작과 발차기가 완전히 분리된 타이밍에 이루어지고, 그 사이에 글라이딩까지 들어갑니다. 게다가 스트로크 방향도 특이합니다. 팔은 뒤로 밀지 않고 몸 앞에서 호를 그리며 당기고, 발차기는 위아래가 아니라 무릎을 구부렸다가 발목을 바깥으로 돌려 밀어내는 휩킥(whip kick) 구조입니다. 휩킥이란 개구리가 헤엄치듯 발목과 발바닥을 바깥으로 회전시키며 물을 밀어내는 동작으로, 다른 영법의 발차기와 근본적으로 다른 메커니즘입니다.
이 모든 게 하나의 리듬으로 맞아 떨어져야 비로소 평영다운 평영이 됩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힘이 들어갈수록 오히려 타이밍이 어긋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솔직히 저도 한동안 그 함정에 빠져 있었습니다.
특히, 저와 같은 사람은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을 못하는 사람입니다. 평영은 팔돌리기와 발차기가 나뉘어 있지만 아주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치 한번에 두 가지를 하는 느낌입니다. 보통 남자들이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을 못하는 편입니다.
남자가 유연하지 못해서 평영을 못한다고 하는데, 저는 한번에 두 가지 이상 못하는 성격도 또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발차기와 팔동작, 실제로 검증해보니
평영에서 가장 먼저 잡아야 할 것이 발차기라는 말은 맞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발끝을 모으라고만 하는데, 제 경험상 그 전 단계가 더 중요했습니다. 무릎을 끌어당기는 타이밍과 폭이 잘못되면 발끝이 제대로 모여도 추진력이 나오지 않습니다.
발차기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무릎을 구부리며 발뒤꿈치를 엉덩이 쪽으로 끌어당깁니다. 이때 무릎 간격은 골반 너비 정도가 적당합니다. 무릎이 너무 벌어지면 수중 저항(drag)이 커집니다. 수중 저항이란 물속에서 몸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힘으로, 불필요하게 크면 에너지 소모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 발목과 발바닥을 바깥쪽으로 돌려 물을 밀어낼 준비를 합니다.
- 발을 바깥으로 차면서 안쪽으로 모읍니다. 양발의 엄지발가락이 닿을 정도로 모아줘야 발 사이로 물이 새지 않습니다.
- 발차기가 끝난 뒤에는 다리를 일직선으로 뻗어 글라이딩(gliding) 자세를 만들어 줍니다. 글라이딩이란 추진력을 얻은 뒤 몸이 유선형(streamline)으로 물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구간으로, 이 순간에 에너지를 아끼고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평영 효율의 핵심입니다.
팔 동작도 마찬가지입니다. 팔꿈치를 수직에 가깝게 구부린 상태로 물을 잡는 캐치(catch) 동작이 먼저입니다. 캐치란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물을 붙잡아 추진력으로 전환하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팔을 단순히 아래로 내리거나 팔꿈치를 편 채로 당기면 물을 제대로 잡을 수 없고 팔 전체에 불필요한 긴장만 쌓입니다.
여기서 저만의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팔 동작에서 호흡 타이밍을 어디에 맞추느냐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저는 캐치 이후 물을 눌러 당기는 인스윕(in-sweep) 단계, 즉 두 팔이 몸 안쪽으로 모이면서 물을 아래로 누르는 동작이 시작될 때 자연스럽게 턱을 들어 호흡을 시작합니다. 이 타이밍에 팔이 만들어주는 상승 모멘텀에 호흡을 얹으면 고개를 들기 위한 별도의 힘이 거의 필요 없습니다. 반대로 호흡 타이밍이 어긋나면 머리를 들려고 따로 힘을 써야 하고, 그 순간 몸 전체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제가 직접 써보니 이 차이가 꽤 컸습니다.
타이밍 감각, 몸에 새기는 법
수영 기술 습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몸에 새기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운동 학습(motor learning)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동작 패턴이 자동화되려면 반복적인 실전 경험을 통한 신경근 적응(neuromuscular adaptation)이 필요합니다. 신경근 적응이란 뇌와 근육 사이의 신호 전달 경로가 반복 훈련으로 최적화되는 과정을 말하며, 이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의식적으로 하나하나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스포츠과학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동작 기술의 자동화에는 수백 회 이상의 올바른 반복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대한스포츠의학회).
평영 타이밍의 핵심은 글라이딩 → 팔 캐치 및 인스윕 → 호흡 → 다리 접기 → 휩킥 → 다시 글라이딩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끊김 없이 연결하는 것입니다. 다리를 너무 빨리 접으면 몸이 가라앉고, 너무 늦으면 전체 리듬이 깨집니다. 글라이딩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짧으면 에너지 낭비가 심하고, 너무 길면 몸이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저는 평영을 배우면서 억지로 맞추려 하면 오히려 더 안 된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안 된다고 힘을 주면 부상 위험만 늘고 기술 습득은 오히려 더뎌집니다. 수영 지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올바른 기술 없는 과도한 반복은 잘못된 동작 패턴을 강화할 뿐이라는 점이 공통된 견해입니다(출처: 대한수영연맹).
수영을 평생 할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지금의 1년 반은 아주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조급하게 완성을 향해 달리기보다, 오늘 물속에서 느끼는 감각 하나를 제대로 익히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는 걸 요즘 들어 더 실감합니다. 평영 하나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 단순히 수영 실력을 키우는 일을 넘어서, 인생의 다른 일에 있어서도 수영을 통해 고생하며 배운 것이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평영 타이밍이 잘 안 잡힌다면, 힘 빼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